아기 토끼는 도박을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서는 폐지가 곧 모든 것이었다.

글을 쓰기 위한 종이 한 장을 사는 것도,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사는 것도 모두 폐지가 필요했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폐지를 늘리는 방법은 도박이였다.

처음에는 조금만 하려 했다.

하지만 100폐지가 200폐지가 되고, 200폐지가 400폐지가 되는 순간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기 토끼는 매일 도박을 했다.

이기면 더 큰 폐지를 꿈꿨고, 지면 잃은 폐지를 되찾으려 했다.

어느 날.

결국 가진 폐지를 전부 잃고 말았다.

0폐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기 토끼는 한참 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

"더 이상 다음 판을 할 수 없었다."

.

"더 이상 잃을 폐지도 없었다."

.

"더 이상 복구해야 할 폐지도 없었다."

.

그 순간 아기 토끼는 깨달았다.


자신을 괴롭힌 것은 폐지가 아니라, 언젠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기대였다는 것을.

비록 가난해졌지만, 적어도 베팅 버튼을 누르며 밤을 새우는 삶은 끝났다.

아기 토끼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 재산을 잃고서야 겨우 도박에서 해방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