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10만 개를 숨긴 곳을 다 기억하는 새, 나이 들어도 안 잊어버려요
핵심 요약: 미국의 작은 산박새는 겨울을 나기 위해 씨앗을 10만 개 넘게 숨겨 두고, 그 위치를 전부 기억합니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 결과, 이 새들은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이 흐려지지 않고, 기억력이 좋을수록 오래 살고 심지어 짝짓기에도 유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게 뭐예요?
미국 시에라네바다산맥에 사는 산박새는 연필 한 자루 정도의 무게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새입니다. 이 새들은 눈이 4미터 넘게 쌓이는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 동안 소나무 씨앗을 무려 10만 개 넘게 여기저기 숨겨 둡니다. 놀랍게도 자기가 숨긴 씨앗 하나하나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합니다. 겨울 아침,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몇 분 안에 숨겨 둔 씨앗을 찾아내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1999년부터 이 새들의 기억력을 연구해 왔습니다. 연구팀은 아주 영리한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호텔 방 카드키가 내 방문만 열어 주는 것처럼, 각 새의 다리에 작은 칩을 달아 두고, 모이통이 오직 그 새가 왔을 때만 열리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각 새가 '자기' 모이통이 어느 것인지 얼마나 빨리 배우는지(기억력), 그리고 모이통을 바꿨을 때 얼마나 빨리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지(융통성)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연구팀은 2024년, 기억력이 좋은 새일수록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이미 밝혀냈습니다. 첫 겨울을 넘기지 못하는 새가 3분의 2나 되는데, 살아남은 새들 중에서도 기억력이 좋은 새가 10년 넘게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 번째, 최근 연구팀은 이 기억력이 유전자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새들의 똥을 조사해 봤더니, 기억력이 좋은 새일수록 장 속에 특정한 세균, 즉 뇌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세균이 더 많았습니다. 다만 다른 전문가는 장 속 세균과 기억력 사이의 관계가 아직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니라며,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정말 놀라운 발견도 있었습니다. 보통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늙은 개에게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는 말도 있죠), 이 산박새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10년 치 기록, 새 804마리를 분석한 결과, 나이 든 산박새의 기억력은 젊은 새와 다름없이 여전히 팔팔했습니다.
네 번째, 기억력은 짝짓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수컷은 자기 짝과 새끼를 더 많이 낳을 뿐 아니라, 다른 암컷들과도 새끼를 더 많이 낳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암컷들은 일부러 자기 짝보다 더 똑똑한 수컷을 골라 짝짓기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새끼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똑똑한 수컷일수록 하루 종일 노래를 더 많이 부른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는데, 어쩌면 이 노랫소리가 암컷에게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핵심 포인트 1: 산박새는 숨겨 둔 씨앗 10만 개가 넘는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며, 기억력이 좋은 새일수록 오래 삽니다.
핵심 포인트 2: 장 속 특정 세균이 많은 새일수록 기억력이 좋은 경향도 발견됐습니다.
핵심 포인트 3: 놀랍게도 이 새들은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이 흐려지지 않았고, 기억력이 좋은 수컷은 짝짓기에서도 유리했습니다.
왜 중요한가요?
이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실험실이 아니라 진짜 야생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실험실에서는 알아내기 어려운, '기억력이 실제로 생존과 번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아주 오랫동안 관찰해서 밝혀낸 것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발견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은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나빠지곤 하는데, 만약 산박새가 이걸 피하는 비결을 알아낸다면, 언젠가 다른 동물이나 사람의 기억력 감퇴를 막는 데도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한 전문가는 말했습니다.
다만 장 속 세균과 기억력의 관계는 아직 확실히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정말로 세균이 기억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함께 나타나는 것인지는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부분입니다.
연구를 이끈 과학자는 65세인 지금도 계속 이 새들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예시
여기서는 "장 속 특정 세균이 많은 새일수록 기억력이 좋았다"는 발견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을 떠올려 보세요. 정원이 얼마나 잘 자라는지는 눈에 보이는 꽃과 나무만 보고 판단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흙 속에는 지렁이와 눈에 안 보이는 미생물들이 잔뜩 살고 있고, 이들이 흙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숨은 일꾼 역할을 합니다. 이런 숨은 일꾼이 많은 정원일수록, 눈에 보이는 꽃과 나무도 더 튼튼하게 잘 자랍니다.
산박새의 뇌와 장 속 세균도 이와 비슷한 관계일 수 있습니다. 뇌에서 멀리 떨어진 배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들이 잔뜩 살고 있습니다. 이 세균 중 일부는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데, 이런 세균을 많이 가진 새일수록 기억력도 더 좋았습니다.
여기서 흙 속 지렁이와 미생물은 논문 속, 산박새의 장 속에 사는 특정 세균에 해당합니다. 튼튼하게 잘 자라는 꽃과 나무는, 논문에서 확인된 '좋은 기억력'에 해당합니다.
정리하면
미국의 작은 산박새는 겨울을 나기 위해 숨긴 씨앗 10만 개가 넘는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며, 나이가 들어도 이 기억력이 흐려지지 않고, 기억력이 좋을수록 오래 살고 짝짓기에도 유리하다는 사실이 수십 년에 걸친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원본: Winter work shows it really pays to be a smart mountain chickadee, Science News, 2026년 9월 9일 (작성: Elizabeth Pennisi)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wild-mountain-chickadee-cognition-study
관련 논문: J.F. Welkin 외, "Spatial cognitive ability is associated with longevity in food-caching chickadees", Science, 2024 C.L. Branch 외, "Male chickadees with better spatial cognition sire more extra-pair young", eLife,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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