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병원 마케터 김과장의 하루 (18~20)
18.
김과장은 현관에서 구두를 벗다 말고 휴대폰을 본다. 광고 앱, 오늘 클릭 이백십사, 전환 셋.
밥솥에 물을 올리고 식탁에 노트북을 편다. 파일 이름은 '9월 구강검진 이벤트_실행안_v4'.
월요일부터 돌리라고 했다. 남은 날은 열흘, 숫자는 아흔하나. 열셋이 모자란다.
할 일을 줄로 적는다. 데스크 응대 스크립트, 카드뉴스 두 장, 문자 발송 대상 추출, 검진 전용 예약 슬롯 확보.
네 줄을 적고 나니 한 줄이 더 붙는다. 무료로 부르되 무료로 끝나지 않게 하는 문장.
"구강검진은 무료로 진행되며, 필요 시 치료 계획은 별도 상담을 통해 안내드립니다."
소리 내어 읽어 본다. 길다. 지운다. 다시 쓴다.
"검진은 무료입니다. 치료는 상담 후에 결정하시면 됩니다."
이건 괜찮다. 밥솥이 김을 뱉는다.
저장을 누르고 심의 문의 메일 창을 연다. 제목만 쓰고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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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밤 열 시 사십 분. 실장에게서 답은 없다. 읽음만 붙어 있다.
김과장은 엑셀을 연다. 시트 이름은 '보류'. 열 줄이다. 견적을 받고 결정을 미룬 사람들.
이름 대신 번호, 금액, 마지막 통화일. 가장 오래된 건은 칠 주 전이다.
해피콜 문구를 쓴다.
"지난번 상담 이후 불편하신 곳은 없으셨을까요."
너무 붙는다. 지운다.
"검진 기간이라 연락드렸습니다. 확인만 받고 가셔도 됩니다."
부담 없는 이유를 하나 만들어 주는 편이 낫다고, 그는 적어 둔다.
그러고는 습관처럼 옆 건물 치과의 플레이스를 연다. 검진 무료, 스케일링 만 원. 리뷰가 어제보다 네 개 늘어 있다.
같은 걸 우리도 한다. 다음 주부터. 더 늦게.
캡처해서 자기 자신에게 보낸다. 폴더 이름은 '경쟁'. 파일이 스물두 개가 된다.
노트북을 덮는다. 덮고 다시 연다. v4를 v5로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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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셋째 날 오전 아홉 시 오 분. 데스크 직원 둘을 모아 십 분을 쓴다.
"검진 문의 전화가 오면 무료라는 말을 먼저 해 주세요. 그다음에 시간 안내요."
"치료비 물어보시면요?"
"검진 결과 보고 상담에서 안내드린다고 하시면 됩니다."
직원이 메모지에 받아 적는다. 김과장은 그 메모지를 사진으로 찍어 둔다. 월말 보고서 빈칸 열일곱 개 중 하나가 이 사진 자리다.
열 시 십이 분, 실장 회신이 온다. '카드뉴스 심의 이틀 걸립니다. 월요일 발행은 어렵습니다.'
달력을 본다. 월요일부터 돌리라고 했는데 물건은 수요일에 나온다. 원장실은 아직 비어 있다.
내선이 울린다. 데스크다.
"검진 문의요. 이번 주에 되냐고 하시는데요."
"됩니다. 지금 바로 잡아 드리세요."
숫자가 아흔둘이 된다. 아흐레 동안 열둘.
그는 광고 앱을 새로고침한다. 변한 건 없다.
(21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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