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수요일 밤 아홉 시 사십 분. 김과장은 식탁에 노트북을 편다.

메일함에 '참고자료'가 그대로 있다. 첨부파일은 견적서 한 장. 건당 만 오천 원, 월 사십 건, 오십사만 원.

결재는 올라오지 않았다. 올라오지 않았으니 반대할 대상도 없다.

그는 파일을 연다. 닫는다. 다시 연다.

메일을 지울까 생각한다. 지우면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니라 자기 쪽 기록만 없어진다는 걸 안다. 그래서 지우지 않고 '보관' 라벨을 붙인다.

월말 보고서를 연다. 빈칸 열일곱 개 중 세 개가 채워졌다. 문자 이차, 카드뉴스 발행일, 검진 슬롯 운영.

남은 열네 개 중 두 개는 여전히 원장 인터뷰 자리다.

광고 앱을 새로고침한다. 클릭 백구십일, 전환 이.

숫자는 구십칠. 이레 동안 일곱 명.

하루에 한 명씩이면 된다. 그는 그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해 본다.

말해 보니, 하루도 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불을 끈다. 옆 건물 쪽 창은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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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여섯째 날 목요일 오전 아홉 시. 데스크 앞 아크릴 꽂이의 A4는 모서리가 접혔다. 김과장은 새로 뽑은 종이로 갈아 끼운다.

아홉 시 사십 분, 문자 보고 잡힌 목요일 오전 예약자가 온다. 이 년 만의 내원. 검진 후 충치 두 개, 치료는 다음 주부터.

신환 구십팔.

열 시 십 분. 카드뉴스 도달 수를 뽑는다. 노출 사천이백, 저장 열한 건, 문의 댓글 두 건.

댓글 하나는 "무료 맞아요?"다.

그는 "검진은 무료입니다. 치료는 상담 후에 결정하시면 됩니다"를 복사해 붙인다. 열흘 전에 퇴고한 문장이 이제 자동응답처럼 쓰인다.

열한 시, 위생팀장이 체어 배정표를 들고 온다. 오후 세 칸 중 두 칸이 보철 환자와 겹쳤다.

"한 칸은 빼야 해요."

"빼면 오늘 검진은 두 명입니다."

"그럼 두 명인 거죠."

김과장은 합이 넷이라고 적어 둔 시트를 연다. 넷을 셋으로 고친다.

고치고 나서, 원장이 보는 건 합이라는 걸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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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목요일 오후 두 시 반. 검진 슬롯 첫 타임에 한 명이 온다. 스케일링과 엑스레이, 치석 많음. 다음 예약을 잡고 간다.

신환 구십구.

세 시 십 분, 원장실 내선.

"아흔아홉?"

"네."

"엿새에 다섯이네."

"그렇습니다."

잠깐 말이 없다가 원장이 묻는다.

"실장이 뭐 보냈다며."

김과장은 모니터의 '보관' 라벨을 본다.

"견적서만 왔습니다. 결재는 안 올라왔습니다."

"올리라는 게 아니라, 읽어는 봤냐고."

"읽었습니다. 의료법 위반입니다."

"그 얘기 말고. 얼마냐고."

"월 오십사만 원입니다."

"광고 한 주 값이네."

원장이 그렇게 말하고 끊는다. 하자는 말도, 하지 말자는 말도 아니다.

김과장은 보고서 창으로 돌아간다. 빈칸 열넷.

네 시, 마지막 검진 슬롯에서 전화가 온다. 오늘 못 온다고, 다음 주에 다시 잡아 달라고.

그는 시트에 '보류'라고 쓰지 않는다. '재연락'이라고 쓴다.

단어를 바꾸면 줄이 하나 덜 무겁다.

(3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