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1997 돈 많은 놈들 전성시대
#제1화. 1996년, 그때 그 사람들 (1)
#제1화. 1996년, 그때 그 사람들 (1)
“애초에 당신도 성공하고 싶어서 나랑 결혼했었던 거 아니야? 이제 와서 뭐가 그렇게 억울한데?”
아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박혀 계속해서 맴돈다.
반박할 수 없었다.
재벌가의 금지옥엽과 개천에서 난 용.
남녀 간의 정이 아닌,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아 맺어진 정략적 관계.
재벌가는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할 충실한 개가, 그리고 개에게는 성공을 위한 뒷배가 필요했다.
갑을 관계는 명확했다.
비록 정략혼일지라도 안팎으로 최선을 다한 나와 달리, 결혼한 이래 아내는 지난 3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나를 남편으로 대우해 주지 않았다.
아이의 앞에서조차 나는 투명인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까, 그런 아내의 외도는 그녀의 말처럼 이제 와 새삼스러울 것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걸린 문제만큼은 다르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너무 갔다 너.”
아내와 내 사이를 잇는 유일한 존재, 하나밖에 없는 딸.
그 아이가 내 친자가 아닐 줄이야.
하지만 아내는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아무런 말 없이 나를 응시할 뿐이다.
네까짓 게 뭐 어쩔 거냐는 저 오만한 표정.
결국 나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혼하자.”
한평생 합리적으로 살아온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하는 비합리적인 선택.
그리고 주인에게 이빨을 드러낸 개에게 내려진 처우는 너무나도 명확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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