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나는 외계인이다, 이 소설 뭔지 알려줘
나는 외계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정신차려보니 나는 어떤 살아있는 생명체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 생명체는 지금 벤치에 앉아있다. 나는 얘의 시야를 조절해 강물을 구경한다. 뽈뽈거리며 헤엄치는 오리들이 귀엽다.
그런데 얘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을 한다. 바삭거리는 식감을 상상하고 난리도 아니다. 저녁으로 치킨을 시켜 먹고 싶은 모양이다. 오리를 보고 닭을 떠올린 걸까?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얇은 지갑 사정을 떠올리며 군침이 도는 감각을 애써 무시한다.
나는 이번엔 얘의 오른 손을 움직여본다. 페인트가 벗겨진 벤치의 낡은 나무 바닥. 손끝으로 그 까끌까끌한 촉감을 느낀다.
그러자 얘는 뜬금없이 왼손을 들어 오른 팔꿈치를 긁는다.
아. 아침에 모기에 물린 곳이다. 가려운 모양이다.
이처럼 어떤 생각은 내가 하지만 또 어떤 생각은 얘가 알아서 한다.
어떤 행동은 내가 하지만, 또 어떤 행동은 얘가 알아서 한다.
나는 얘의 움직임을 느낄 수도 있고, 얘가 멋대로 하는 생각을 들을 수도 있다.
얘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추측할 수도 있고, 얘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한 게 얘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얘의 상태가 내 생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나와 얘는 이렇게 한 몸에서 살아가고 있다.

댓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