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병원 마케터 김과장의 하루 (21~23)
21.
낮 열두 시 십 분. 김과장은 데스크 뒤에 서서 A4 한 장을 들여다본다.
'9월 구강검진 안내.' 글자는 20포인트, 아래쪽에 대상과 기간. 카드뉴스는 수요일에 나오고 원장은 월요일부터 돌리라고 했다. 이틀의 구멍을 종이 한 장으로 메우는 중이다.
"이거 여기 세워두면 되죠?"
위생사가 아크릴 꽂이를 가져온다. 김과장은 종이를 끼우고 각도를 두 번 고쳐 잡는다. 대기 의자에 앉은 사람 눈높이에 맞춘다.
점심은 편의점 김밥이다. 반쯤 먹다 노트북을 연다. 문자 발송 대상 추출. 육 개월 이상 미내원, 마지막 진료가 스케일링 이상, 수신 동의. 필터를 걸면 삼백사십 명이 남는다.
건당 십일 원. 삼천칠백사십 원.
결재를 올려야 한다. 결재를 올리면 원장은 왜 카드뉴스가 수요일인지 묻는다.
김과장은 제목을 '검진 안내 문자 발송(1차)'으로 바꾼다. 카드뉴스라는 단어를 빼면 질문도 빠진다.
전송 버튼은 아직 누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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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후 두 시 사십 분. 김과장은 상담실 구석에 앉아 '보류' 시트를 연다. 열 줄. 가장 오래된 건은 칠 주 전이다.
수화기를 든다.
"안녕하세요, 검진 기간이라 연락드렸습니다. 확인만 받고 가셔도 됩니다."
첫 번째는 신호음만 열두 번 간다. 두 번째는 받자마자 끊긴다. 세 번째 사람은 "아, 그거요" 하고 잠깐 조용해진다.
"지금은 좀 그렇고요. 나중에 전화 주세요."
나중이 언제인지는 묻지 않는다. 시트에 '재연락 10월'이라고 적는다.
칠 주 전 건은 없는 번호다. 안내 음성이 끝까지 나오도록 듣고 나서 끊는다. 줄을 지우지는 않는다. 지우면 열 건이 아홉 건이 되고, 아홉 건은 보고서에서 더 나아 보인다.
여섯 번째에서 예약이 잡힌다. 목요일 오전 열한 시.
보류는 아홉 건이 된다. 신환 숫자는 그대로 아흔둘이다. 재내원은 신환이 아니다.
김과장은 그 한 줄을 보고서 어느 칸에 써야 하는지 잠깐 생각한다. 쓸 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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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오후 네 시 사십 분. 원장실. 김과장은 A4 두 장을 내민다.
"문자 1차, 삼백사십 명입니다. 오늘 여섯 시에 나갑니다."
"카드뉴스는."
"수요일 발행입니다. 심의가 이틀 걸립니다."
원장이 종이를 본다. 펜 뚜껑을 열었다 닫는다.
"월요일이라고 했잖아."
"월요일은 문자랑 데스크 안내문으로 먼저 돌립니다. 카드뉴스는 수요일에 얹습니다."
원장은 '먼저'와 '얹는다'를 한 번씩 되뇌고 결재란에 서명한다. 서명이 끝나기 전에 다른 말이 나온다.
"그 리뷰 건은. 알아보라던 거."
"보류하라고 하셔서 멈췄습니다."
"멈추라고는 안 했지."
김과장은 대답하지 않는다. 원장도 더 말하지 않는다.
여섯 시 정각에 문자가 나간다. 십 분 만에 전화 두 통. 한 명이 금요일로 예약한다.
아흔셋. 남은 날 아흐레에 열한 명.
김과장은 광고 앱을 켰다가, 켠 줄도 모르고 끈다.
(2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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